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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 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에게 돌아갔다.

일본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계 영국인 이었다. 노벨상 위원회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그의 소설에는 위대한 정서적인 힘이 있다.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우리의 환상, 그 아래의 심연을 밝혀냈다"


나같은 보통의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소설 '남아 있는 나날'1989년 맨부커 상(2016년 한강의 수상으로 잘 알려진)까지 수상했던 선망받는 작가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남아 있는 나날'을 읽기 시작한 그 순간에도 가즈오 이시구로는 순수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전쟁 직후 영국의 최 상류층 가문 집사로 살아가는 스티븐스의 삶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독자가 스티븐스와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점으로, 매우 쉽게 잘 읽히는 문장이다.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는꽉 막힌 노년의 집사 스티븐스가 휴가를 얻어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의 90% 이상은 스티븐스의 과거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과 함께 스티븐스는 그의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정도로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했던 소설은 없었다.

스티븐스는 끝까지 캔턴 양은 그저 그리운 옛 동료일 뿐이며 나리(달링턴 경) 옳은 사람이고, 본인은 집사로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분명 스티븐스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걸 누구라도 알 수 있는데 우리는 그에게 이야기 해 줄 수가 없다. 이건 거의 고문 수준이다.

하지만 더 섬뜩한 것은 그 사실을 스티븐스 자신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캔턴 양을 사랑했으며, 달링턴 경은 흠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은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절대 그럴 리가 없음을 말도 안되는 변명을 통해 독자에게 두번 세번 네번씩 이야기한다.

이 답답함은 소설이 끝나갈 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데,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덮고 던져 버렸을 때 엄청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1평짜리 독방에 혼자 갇혀 있다가 몇 달만에 밖으로 나온 해방감이다. 그리고 그 여운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남아 있는 나날'은 근래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다.

사이다만 찾는 최근 트랜드에 완벽하게 반하는, 우유 없이 먹는 고구마 100만개짜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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