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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떠난 오사카 먹방여행.

배가 고프면 밥을 먹은게 아니라 배가 부르지 않으면 바로 밥을 먹었다. 간식과 야식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다섯 끼의 '식사' 를 했으며, 3박 4일간 약 7만엔의 환전해간 엔화를 혼자 식비로만 탕진했다.

또 다른 식사를 하고자 배부름을 해소해야만 했기에 걷고 또 걸었다. 만보기 어플리케이션은 내가 매일 5만보를 걸었다고 알려줬고, 내 다리는 난데없는 혹사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 일정 중, 유달리 힘들었던 코스를 소개한다.


아래는 둘째날 나의 일정이다.(괄호는 식사)

오사카성(소바기리 아야메도) -> 주택박물관(도쿠마사 카레우동) -> 나카자키초 카페거리(카페 브런치) -> 한큐백화점 -> KYK 돈까스 -> 우메다 공중정원(키지 오코노미야끼)


이번에 소개할 일정은 빨간 글로 표시한 한큐백화점을 구경하고, KYK 돈까스를 먹은 뒤 우메다 공중정원에 가는 험난한 여정이다.


내 숙소는 도톤보리 쪽에 있고, 우메다로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나카자키초 카페거리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소화도 시킬겸 우메다 역으로 걸어왔다.

그렇게 도착한 우메다역. 일본의 지하철이 다소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지도를 잘 보는 편이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기에 별 걱정 안했었는데 우메다역 인근은 정말 멘붕이다. 베네치아 미로같은 골목길보다도 길찾기가 어려운듯 싶었다. 



1. 한큐백화점 KYK 돈까스


그래도 한큐백화점은 찾기가 쉬운 편이었다. 빨간색 햅파이브 관람차가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오다 구글맵에 의지해 옆 건물인 한큐백화점에 도착했다. 많이 걸어서인지 배가 부르지 않은 상태여서 바로 식사를 하러 28층으로 올라갔다. 여행자들과 프리한 차림의 젊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도톤보리에 있다가 백화점을 들어오니, 누가봐도 여행객인 내 꼴이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난 여행객이 맞고, 이런건 여행객만의 특권이니까 당당한척!



운 좋게도 빨간 햅파이브 대관람차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았다.

옆 자리에 한국인 커플이 앉았는데, 애정행각이 도를 넘어선 정도여서 입맛이 조금 사라질 정도였다.


로스돈카츠정식 1,570円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기본 반찬을 셋팅해 준다. 혼자 여행의 가장 아쉬운 점은 여러가지를 먹어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럴때는 가장 기본이 무난하기에 로스돈카츠정식을 주문했다. 정식을 주문하면 작은 셀러드바에서 야채와 카레, 밥, 간단한 음료를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돈까스가 나오기 기다리지 못하고 한사발 해버린 카레는 못본척 해주자. 여행지에선 1일 5식, 1식 2맥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맥주도 주문했다. 백화점 자리값, 전망값인지 맥주 가격이 오사카 시내 다른 식당에 비해서도 다소 비쌌다.

돈카츠는 무척 맛있었다. 한국에서 비슷한 컨셉으로 조리한 식당에서 먹어본 적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부드러운 육질 중간중간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느껴졌다. 식감으로만 따지면 먹어본 돈카츠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카레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밥을 먹다보니 슬슬 해가 지고, 햅파이브 관람차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나 혼자 야경을 바라보며 먹는 돈맥이란 기가 막혔다.(옆 커플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완벽했을 것이다.)




2. 우메다 공중정원을 향한 험난한 발걸음.


사실 공중정원은 패스하려고 했었다. 멋진 야경은 함께 있는 사람이랑 같이 감탄하라고 보는 것이지 나 혼자 봐서 뭐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가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전날 초밥집 바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한국인 대학생 여행객이 그렇게 강추 했기 때문이다. 자기는 지금 3일째인데 우메다 공중정원이 제일 좋았다며. 

KYK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야경을 보며 가는법을 구글링했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구글맵 켜놓고 출발했겠지만, 불길한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몇 블로그에서 구구절절 설명을 했지만 잘 모르겠다. 많은 블로그에서는 그냥 택시 타라고 한다. 그래, 그냥 한큐백화점 앞에 나와서 택시를 탔어야 했다.



빨간 동그라미 친 두 곳을 어떻게 가면 잘 갈 수 있을까?

지도에 보이는 5개의 station과 환승을 위한 미로같은 길들, 각종 고층 빌딩, 백화점들 사이로 나는 한시간이 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시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지도를 보며 길을 매우 잘 찾는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놓쳤던 것은, 구글맵에는 나와있지 않은 길은 지하도보이다. 나같은 지도쟁이들은 절대 갈 수 없는 구조이다.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검색을 하고, 친절한 블로그에서 알려주는 대로 차근차근 다시 갔다. 그렇게 20분정도 더 걸어서 우메다 공중정원에 도착했다.


이렇게 생긴 지하보도를 찾는다면 90% 다 찾은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공중정원. 사람이 많을 때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9시30분이었던데다, 조금 전까지 비가 왔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마지막 입장 시간이 22시이다.)

엘리베이터로 39층까지 올라가면 매표소가 있고, 주유패스가 있다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다시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도착이다.


어찌 보면 남산타워의 뷰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사각형 건물의 네 면이 다 트여있다. 이름 그대로 "공중 정원" 인 것이다.

우메다 공중정원은 인공이 주는 장관에 넋을 놓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불빛, 내가 오늘 길을 잃고 고생할 때 마치 미로의 큰 벽과 같았던 높은 빌딩들이 전부 내 발 한참 아래에 내려다 보인다.



교토에서는 철학의 길에서 자연이 주는 황홀한 감정에 빠져 다른 일정도 다 취소한 채 그곳에서 몇시간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교토 철학의 길 : http://www.leafcats.com/10 참조)

인공적인 것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감탄과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의 위대함. 두 가지가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내가 우메다 공중정원을 보면서 했던 여러가지 생각들과, 교토 철학의 길을 걸으며 했던 생각들이 전혀 달랐던 것 같다. 교토 철학의 길에서 세시간을 걸으며 거의 모든 것들을 되짚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중정원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혀 다른 것들이 머리속에, 마음속에 나타났다.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오기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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