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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종의 나를 위한 선물이자 에너지 충전을 위해 1년에 두 번 이상은 꼭 여행을 떠난다. 

정말 여행을 많이 다니는 분들에 비해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다 보니 꽤나 많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 많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그 중에서 언젠가는 꼭 몇 번이고 더 가보고 싶은 곳을 꼽자면 바로 친퀘테레 이다.

적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기억도 점점 흐려져 사진을 보아야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르는 이탈리아 여행이다. 그 중에서도 두고 두고 답답할 때 마다 꺼내 보는 것이 친퀘테레에서의 사진이다.


"Cinque terre", 이탈리아어로 다섯 개의 땅이다. 다섯 개의 해안 마을이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각각의 마을은 하이킹을 해서 이동하거나 기차로 이동하게 되는데, 몇몇 하이킹 코스는 몇 시간 단위의 거리인데다 코스도 생각보다 험하기 때문에 하이킹으로만 이동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각오는 해야 한다. 

기차는 일정 시간 간격으로 다섯 마을을 통과하는데, 유로패스 등을 소지하고 있다면 그냥 탑승할 수 있다. 



Cinque Terre


내가 갔을 때는 하이킹 코스가 전부 보수작업으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일부 구간을 하이킹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아쉬운대로 기차로 이동했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고 있자니 빨리 내려서 저 햇살과 냄새를 직접 느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바다와 딱 붙어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기차역에서 내려 친퀘테레의 첫번째 마을 리오마조레(Riomaggiore)에 도착했다. 내리자 마자 느껴지는 지중해의 위압감에 잠시 벤치에 앉아 바라보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바다와 다른 것도 없는 똑같은 바다인데 왜 그렇게 감동을 받으며 바라보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있는 장소와 그 장소 자체가 주는 느낌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을 지닌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 산책을 했고, 슬슬 배가 고파져 식당을 찾아 리오마죠레 마을로 들어왔다. 연초 연휴였던 데다가 친퀘테레 하이킹 코스를 포함하여 많은 곳에서 보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미리 알아갔던 식당을 포함해 많은 식당들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IL GROTTINO - 파스타


그냥 아무 곳이나 들어가자 싶어서 들어간 곳이 리오마조레 마을 가장 초입에 있는 작은 식당 IL GROTTINO 이다.

그리고 이 곳은 내 인생 가장 맛있는 해산물 파스타와, 내 인생 가장 맛있는 와인을 선물해 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당인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외관이다. 사실 그 때, 다른 식당들도 문을 열었다면 이 식당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이 음식들과 와인을 먹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말 잘 생긴 주방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식당 안에는 친퀘테레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 팀정도가 더 있었다.



오일 베이스의 해산물 스파게티, 해조류 향이 강하게 풍기는 페투치네 면의 파스타, 구운 야채와 생선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지중해에서 바로 건져 올린 해산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기가 막혔다. 특히 맨 앞에 보이는 오일 파스타는 정말 "미칠 정도로" 맛있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워낙에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수많은 유명 맛집들을 찾아다녔고, 파스타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여행 도중에도 그렇게 맛있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곳은 진짜다.




IL GROTTINO - 친퀘테레 와인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기 전에 셰프님이 친절하게도 친퀘테레 와인 한 잔을 권해 주셨고, 한 모금을 넘기자마자 한 병을 주문했다.

사실 친퀘테레는 해안 절벽을 따라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수놓아진 경이로운 포도밭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중 하나이다. 



수많은 이탈리아의 문인들이 친퀘테레의 와인에 반해 "달의 와인" 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으며, 교황이 즐겨 마신다 하여 "교황의 와인" 이라고도 불리는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나와 일행조차도 한모금 한모금 마실 때마다 저절로 "와!! 씨!!!!!!" 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하아.. 포스팅을 하다보니 도저히 못참겠어서 편의점에서 사온 캔맥주 블랑을 땄다. 이거 한모금 마시고 친퀘테레 와인 사진 한번 보고 하면서 포스팅을 마무리 해야할 듯 싶다. 



이탈리아, 특히 친퀘테레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번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 때까지 제발 무사히 영업을 이어 가 줬으면 하는 친퀘테레 리오마조네의 인생 맛집 IL GROTTINO 였다.



다음번 포스팅 예고




Manarola in Cinque T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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